별도 달도 해도 듣지 못하고

With the silent rain falling aloud

Flying under a pale gray cloud 창백한 잿빛 구름 아래에서 날며 With the silent rain falling aloud 조용한 비가 사방에서 내릴 때에는 There are no stars in sight, 시야 안에는 별도 없고 No moon to give us light, 저희에게 빛을 줄 달도 없고 Nothing but t...

2021/12/10

소녀는 노래했다. 하롱하롱 흩날리는 봄날의 벚꽃잎들을, 여름철 푸른 숲의 그늘막 아래에서 부는 싱그러운 바람을, 토도독 떨어져 달아오른 대지를 식혀 주는 가을비를, 시리도록 파란 겨울 바다에 휘몰아치는 파도를, 소녀는 그 작은 입술로 찬양했다. 사방이 밝은 빛이었다. 달빛마저 그녀를 보는 듯, 별빛마저 그녀를 따르는 듯, 소녀의 주변에는 온통 빛이고 밝음이...

그렇게 세계 그 자체와 같았던, 그렇게 세계 그 자체이던.

그대가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바람 속에 그대가 있었다. 공기가 흘러 바람이 되고 바람에 쌓인 것이 흩날리는 그 속에 그대가 있었다. 타오르는 화염 속에 그대가 있었다. 추운 날 온기를 퍼뜨리는 그러나 때로는 재앙이 되는 그 속에 그대가 있었다. 흐르고 고이는 물 속에 그대가 있었다. 폭포수와 비가 되어 쏟아지고 호수와 웅덩이가 되어 고이는 그 속에 그대가 ...

-이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소원은 별도 달도 해도 듣지 못하고 별도 달도 해도 답할 수 없었다.

푸른 나날을 원했다. 그게 그리 어려운 소원이었을까. 그토록 뒤틀릴 기원이었을까. 푸른 하늘에 뜬 달에게 물었다. 위의 물이 맑으면 아래도 맑다는데 어째서 푸른 하늘 밑 대지는 이렇게 흐릴까. 언제나 비가 내릴 구름만큼 어두울까. 비는 생명의 근원이라기도 하지, 왜 흐린 대지는 생명을 거둘까. 푸른 낮에 뜬 달은 그 모습처럼 흐리나 맑고 낮밤에 얽매이지 않...

봄이었습니다. 기실 봄이라고 불리기엔 이른 날이었습니다. 달력의 달을 표시하는 숫자가 넘어가기 직전의 날. 그 날이 제가 당신을 만난 날이었습니다. 눈이 왔습니다. 겨울이라 불리기엔 늦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눈송이들은 닿자마자 녹아버렸습니다. 당신이 다가왔을 때 저 역시 그러하였습니다. 행복했습니까? 그리 묻고 싶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올 때 내게...

매화 꽃송이 속에 숨겨놓은 당신과의 추억은 크리스마스 한 송이 장미가 되어 피어나지만 한때 아스포델 꽃을 드리며 웃음짓던 당신은 시들은 아도니스 하나 남기고 어디로 갔는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당신이란 것을 알지만 나직히 이름으로 부르면 돌아올 것도 같아서 꽃송이를 들고 입으로는 그대 이름을 되뇌며 오늘도 내일도 저는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려 푸른 물결 일렁...

텅 비었던 수평선 그 위에 떠오른 빛 하나 바다를 비추며 일렁이는 그믐달 기운 미소로 아래를 내려보는 저무는 천상의 빛 열 마리 돌고래가 백 갈래 물살을 일으키며 꿈 속의 경의를 선사한다 해도 차분한 눈길 변하지 않는 그저 고요한 관조자 천 개의 하늘 위 만 개의 별빛 아래에서 희디흰 웃음짓는 하나뿐인 너는 그런 너를 그리는 나를 알고 있기는 한지 한 눈길...

A broken hourglass. An empty windowsill. A shattered mirror. Glass shards on the floor shines myriads through bright. Spilt sand flows like running water, slithering to the edge of the table to fall –...